과학계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주제 중 하나인 암흑물질 연구는 항상 특별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매일 수십억 개의 입자를 추적하고 우주의 27%를 차지하는 이 물질의 정체를 밝히려는 연구자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집중을 동시에 선사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떨까요?
서울 종로구의 한 구석에 자리한 이 독특한 공간은 국내외 천체물리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커뮤니티입니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는 MIT 출신 박사가 진행하는 ‘입자 충돌 시뮬레이션 읽는 법’ 워크숍이 열리며,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는 실제 연구 현장에서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분석 데이터를 투사하는 스크린 세션이 진행됩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학문적 교류가 일어나는 분위기가 특징이죠.
최근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과의 협력을 통해 도입한 360도 전용 홀로그램 시스템은 이곳만의 경쟁력입니다. 연구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여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논의할 수 있는 이 장비는 지난해 11월 도입 이후 137건의 논문 작성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지하 1층에 마련된 소음 차단 카페라운지는 120데시벨 이상의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특수 구조로, 두뇌 회전이 필요한 순간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공간의 메뉴 역시 연구자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중성미노 에스프레소’라고 불리는 시그니처 음료는 카페인 함량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새벽 작업에 필요한 각성 효과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제공합니다. 2023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공급된 원두를 사용하는 ‘제로그래비티 블렌드’는 미세중력 상태에서 배양된 커피 콩의 독특한 풍미로 유명하죠. 매월 바뀌는 과학 테마 디저트 메뉴는 입자 가속기 모양의 마카롱부터 블랙홀을 형상화한 초콜릿까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합니다.
실제로 이곳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연구실과 집을 오가며 느끼던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말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팀이 방문했을 때는 특별 강연회가 열려 국내 연구자들과의 교류 장소로도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점은 국제 학술회의 참가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실제로 태평양 표준시 기준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의 이용률이 40% 이상이라고 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의 접근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일반 시민을 위한 ‘우주 이해하기’ 강좌가 개최되며, 방문객들이 직접 간이 검출기를 만들어 암흑물질의 존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키트도 제공됩니다. 다만 주 이용층이 전문 연구자이다 보니 좌석 간 거리가 일반 카페보다 30% 더 넓게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koreabam 팀은 “과학자들이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며 동시에 연구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허브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매년 12월에는 이곳에서 열린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된 논문들을 모아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국내 천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에는 양자역학 연구자들을 위한 전용 존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양자 컴퓨팅 장비와 연결된 VR 시스템을 도입해 복잡한 이론을 입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인데, 이번 달 말까지 테스트 운영을 거쳐 9월 정식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구 공동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이런 시도들이 대한민국 과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